[지후나무시선]
우리는 추억 됐다.
낮게 깔린 안개.
앞이 보이지 않을때, 나는 오히려 두렵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라고 생각이 들어서다.
가만히 앉아서 명징하게
나를 거쳐온 수많은 시간과 색들과 잔상들을 되집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고,
나 또한 스쳐지나왔다.
그땐,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영원히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때의 내가 조금 다른 내가 되어 있는 이 순간조차도 영원하지가 않다.
인생은 정말 큰 우주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떠다니고 언제 그것을 발견할지 모르는 공간인 것 같다.
그래서 살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분명한 추억의 한부분일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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