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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ok/지후나무시선

라디오대본






[ 라디오 작가 지원시 썼던 원고 - 누군가를 추억하기 위한 글이었지.]

센티멘탈시티 그리고..

 

설명 :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형제로서 언제나 든든한 역할을 했던 남자.
신정을 맞이하여 가까운 형제들과 가족들과의 모임을 위해 새벽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난다.
그 소식을 접해 들은 가족들은 오열하지만 유독 한 여자 아이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소녀가 가슴 아픈 사실을 받아들여가는 과정들을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

 

캐스팅

: 여자성우 님 ( 여자주인공은 내성적이지만 똑 부러지는 아이, 가녀리지만 강한 소녀의 느낌을 표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대사는 상실감으로 가득 찬 사실을 부정하는 말투였으면 좋겠구요
.
끝으로 갈수록 점점 사실을 인정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당
)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바람이 유난히도 차갑게 느껴졌던 1998 1.
택시운전기사였던 아빠는 새벽녘쯤 업무를 마치고 가족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할머니 댁으로 오던 길이었어.
어둠으로 뒤덮인 도로변을 따라 엑셀을 밟던 그 순간 마주 오던 차에 부딪혀 모든 것은 공중으로 떠버렸고,
이내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지. 온 몸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렸고 정신이 혼미해졌어.

응급실로 실려가는 구급차 안에서 아빠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어
.
응급실에 도착한 아빠는 수술을 받기 위해 급하게 옮겨지고 있던 순간이었어.
평소에 병원출입을 하지 않았던 아빠의 형이 응급실을 나오다 이상한 기분에 사로 잡혀 얼굴도 모르는 환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어
.
형이 서 있던 그곳엔 자신이 동생을 위해 사주었던 구두 한 짝을 발견하게 되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하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주었어
.
아빠를 기다리던 엄마가 자꾸만 전화를 받아
,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던 형은 결국 사실을 알려주고 말았어.

집안은 온통 울음으로 가득 찼고
,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내게 할머니가 말을 걸어 왔어.

, 네 아비가 죽었단다.. “

눈물을 훔치시며 나를 흔들어 깨우셨어
.
내성적인 내게 가장 포근하고 자상했던 단짝의 숨결을 더 이상 느껴볼 수 없단 사실을 난 너무 받아들이기 싫었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 내가 정신을 차리고 서 있던 그 곳은 장례식장 안이었어.
듣기 싫은 울부짖음들
.. 보기 싫었던 아빠의 영정사진.. 나의 시선은 방향을 잃어버렸어. 눈물을 쏟아내지 않던 내게 사람들은 독하다고 했어.

지 애비가 죽었다는데 울지도 않네, 독한년.. “

내가 울어버리면 아빠가 다시는 내 곁에서 웃어주지 않을까봐 난 두려웠어
..
나라도 나만이라도 울지 않으면 아빠가 살아 돌아 올 것만 같았거든
..

모든 순간을 부정한채 먹지도 잠들지도 않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어
.
그런 내 모습이 가여웠던 형은 큰 결정을 내린 비장한 얼굴을 하고 어떤 문 앞에서 나에게 오라며 손짓을 했어
.

내가 들어선 그 곳엔 네모난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빠가 누워 있었어
.
가족들 모두가 네모난 상자를 둘러 싸고 있었고, 아빠의 머리 맡에 있던 엄마는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 했어.

가까이 가면 갈수록 흐릿해지는 누군가의 얼굴
. 내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어 눈물 한 방울이 툭 하고 떨어지자 엄마는 말했어.

아빠가 너희들 보고 가려고 아직 눈을 못 감으셨나 보다. 네가 눈 감겨드려.. “ 

머리를 감싸던 흰 붕대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아빠의 눈동자 양쪽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어
.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는데,,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아빠에게 내가 해줄 것이라곤 잘가.. " 라는 영원한 작별의 인사뿐이었어.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아빠를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난 아빠의 눈을 감겨줄 수가 없었어.
내 손은, 내 눈은 아빠를 모든 곳을 훑기 시작했지.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누군가의 추억에서 꼭 살아가라고, 기도하면서 말야.

이제 정말로 아빠를 보내줘야겠다 싶었어
.
아빠 닮아서 차가웠던 내 손은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하더라
.

더 이상 아빠의 눈동자를 볼 수 없는 그 순간
.

왼쪽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아빠의 눈물 한 방울..

이제 영원히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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