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디오 작가 지원시 썼던 원고 - 누군가를 추억하기 위한 글이었지.]
센티멘탈시티 그리고..
설명 :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형제로서 언제나 든든한 역할을 했던 남자.
신정을 맞이하여 가까운 형제들과 가족들과의 모임을 위해 새벽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난다.
그 소식을 접해 들은 가족들은 오열하지만 유독 한 여자 아이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녀가 가슴 아픈 사실을 받아들여가는 과정들을 회상하는 장면입니다.
캐스팅
: 여자성우 님 ( 여자주인공은 내성적이지만 똑 부러지는 아이, 가녀리지만 강한 소녀의 느낌을 표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대사는 상실감으로 가득 찬 사실을 부정하는 말투였으면 좋겠구요.
끝으로 갈수록 점점 사실을 인정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당)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 바람이 유난히도 차갑게 느껴졌던 1998년 1월.
택시운전기사였던 아빠는 새벽녘쯤 업무를 마치고 가족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할머니 댁으로 오던 길이었어.
어둠으로 뒤덮인 도로변을 따라 엑셀을 밟던 그 순간 마주 오던 차에 부딪혀 모든 것은 공중으로 떠버렸고,
이내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말았지. 온 몸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렸고 정신이 혼미해졌어.
응급실로 실려가는 구급차 안에서 아빠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어.
응급실에 도착한 아빠는 수술을 받기 위해 급하게 옮겨지고 있던 순간이었어.
평소에 병원출입을 하지 않았던 아빠의 형이 응급실을 나오다 이상한 기분에 사로 잡혀 얼굴도 모르는 환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어.
형이 서 있던 그곳엔 자신이 동생을 위해 사주었던 구두 한 짝을 발견하게 되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하는 수 없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주었어.
아빠를 기다리던 엄마가 자꾸만 전화를 받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던 형은 결국 사실을 알려주고 말았어.
집안은 온통 울음으로 가득 찼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내게 할머니가 말을 걸어 왔어.
“ 얘, 네 아비가 죽었단다.. “
눈물을 훔치시며 나를 흔들어 깨우셨어.
내성적인 내게 가장 포근하고 자상했던 단짝의 숨결을 더 이상 느껴볼 수 없단 사실을 난 너무 받아들이기 싫었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내가 정신을 차리고 서 있던 그 곳은 장례식장 안이었어.
듣기 싫은 울부짖음들.. 보기 싫었던 아빠의 영정사진.. 나의 시선은 방향을 잃어버렸어. 눈물을 쏟아내지 않던 내게 사람들은 독하다고 했어.
“ 지 애비가 죽었다는데 울지도 않네, 독한년.. “
내가 울어버리면 아빠가 다시는 내 곁에서 웃어주지 않을까봐 난 두려웠어..
나라도 나만이라도 울지 않으면 아빠가 살아 돌아 올 것만 같았거든..
모든 순간을 부정한채 먹지도 잠들지도 않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어.
그런 내 모습이 가여웠던 형은 큰 결정을 내린 비장한 얼굴을 하고 어떤 문 앞에서 나에게 오라며 손짓을 했어.
내가 들어선 그 곳엔 네모난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빠가 누워 있었어.
가족들 모두가 네모난 상자를 둘러 싸고 있었고, 아빠의 머리 맡에 있던 엄마는 내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 했어.
가까이 가면 갈수록 흐릿해지는 누군가의 얼굴. 내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어 눈물 한 방울이 툭 하고 떨어지자 엄마는 말했어.
“ 아빠가 너희들 보고 가려고 아직 눈을 못 감으셨나 보다. 네가 눈 감겨드려.. “
머리를 감싸던 흰 붕대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아빠의 눈동자 양쪽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어.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는데,,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아빠에게 내가 해줄 것이라곤 “ 잘가.. " 라는 영원한 작별의 인사뿐이었어.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아빠를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난 아빠의 눈을 감겨줄 수가 없었어.
내 손은, 내 눈은 아빠를 모든 곳을 훑기 시작했지. 오랫동안 간직하려고, 누군가의 추억에서 꼭 살아가라고, 기도하면서 말야.
이제 정말로 아빠를 보내줘야겠다 싶었어.
아빠 닮아서 차가웠던 내 손은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하더라.
더 이상 아빠의 눈동자를 볼 수 없는 그 순간.
왼쪽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아빠의 눈물 한 방울..
이제 영원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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